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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베품의 정신이 깃든 진주시
       승산마을 탐방, K-기업가정신(3/4)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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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기획 전 구성원은 창립 30주년인 2023년을 마무리하며, 지난 12월 19~20일 양일에 걸쳐 ‘K-기업가정신을 배우다’라는 주제의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경남 산청에 자리한 남명 조식 선생의 유적 탐방을 시작으로, 의령의 호암 이병철 생가, 함안의 만우 조홍제 생가, 진주시 지수면 승산부자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를 돌아보는 뜻깊은 여정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GS그룹 창업정신에 관한 학술 포럼을 주관하는 한편, 기업가정신 전문도서관에 다니기획 발간 사사를 기증하는 등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에 뜻깊은 여정의 의미를 기리고 기록하기 위해 ‘K-기업가정신을 배우다’라는 주제의 탐방 기사를 4개 시리즈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다니기획의 전 구성원이 함께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공유하며, 전문성과 역량을 좀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효주 허만정 선생의 나눔정신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그 흔적을 탐방하다 

 

다니기획은 2023년 12월 19~20일 양일간 ‘제47회 문화의 날’의 일환으로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다니기획의 창립 30주년을 기념하여, 대한민국 산업 발전사를 이끌어 온 대기업 창업주들의 뿌리를 탐방하기 위해 의령에서 함안, 진주까지 대기업 창업주의 생가 탐방 및 박물관 견학, 학술 포럼 참가 등의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전경(사진 출처: 진주시)

 

다니기획의 워크숍 이튿날 탐방 주제는 ‘GS그룹의 창업주로 재조명받고 있는 효주 허만정 선생과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이었습니다. 승산마을은 GS그룹의 뿌리가 된 허씨 일가와 LG그룹의 뿌리가 된 구씨 일가가 예로부터 모여 살았던 곳으로, 지금으로부터 550여 년 전 김해 허씨가 집성촌을 형성한 이후 200여 년이 지나 능성 구씨가 혼맥을 통해 들어오면서 함께 화합하며 명예와 부를 축적해 온 고장입니다. 이곳에 자리한 지수초등학교(현 K-기업가정신센터)는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주, LG그룹의 구인회 창업주를 비롯한 30여 개 대기업의 오너를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약도(사진 출처: 진주시)

 ▲승산마을 입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다니기획 구성원


이날 다니기획 구성원에게 열정적으로 승산마을의 역사를 안내한 윤문선 학예사에 따르면, 오래전 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방어산 꼭대기에서 한 승려가 우리나라를 이끄는 큰 부자들이 이곳에서 나올 것이라 점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승산마을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며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수많은 기업을 배출해 냈습니다.

 

 효주 허만정 선생 & 지신고가(지신정 허준 선생과 그의 자제인 허만종·허만정·허만옥 생가)

 

그중에서도 효주 허만정 선생은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과 아버지 지신정 허준 선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이어받아 한평생 자신이 가진 부의 나눔을 실천한 위인으로, 최근 들어 GS그룹의 창업주로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그의 나눔정신을 방증하는 행적으로는 국민고등교육이 부국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학교 설립을 비롯해 백정형평운동과 독립운동 자금 지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 의미와 가치가 깊은 허만정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더욱 빛내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지신고가(지신정 허준 선생과 그의 자제인 허만종·허만정·허만옥 생가)

 

허만정 선생의 나눔정신은 아버지인 지신정 허준 선생의 생전 행적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허준 선생의 호이기도 한 지신정은 승산마을의 가장 윗목에 위치한 산정으로 선생께서 만년에 거처했던 곳입니다. 선생은 수많은 재산을 자식들에게만 물려주지 않고 친지와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일부를 출연하여 설립한 의연 기구인 허씨의장(許氏義莊)은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습니다. 지신정 앞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허씨의장비(許氏義莊碑)가 세워져 있습니다.

  




지신정 / 허씨의장비(許氏義莊碑)


지신정에서 큰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허준 선생의 생가이자 그의 자제인 허만종, 허만정, 허만옥의 생가인 지신고가가 나옵니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 만석꾼이자 고을 유지의 가택으로서 이 지역 백성들에게 널리 인식되었으리라는 점을 겹쳐놓고 상상해 보자면 지신고가는 이들 가문이 추구하는 검소한 태도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 보이면서도 고즈넉한 품위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지신고가(지신정 허준 선생과 그의 자제인 허만종·허만정·허만옥 생가)

 

훗날 어른이 된 효주 허만정 선생이 출가 후 자신만의 삶과 길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던 본가는 지신고가로부터 서쪽으로 수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허만정 선생의 자제로서 이곳에서 태어난 허정구, 허준구는 각각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였으며, 허준구의 아들인 허창수는 훗날 GS그룹 초대회장에 오름으로써 GS 가문의 허씨 일가를 일구었습니다. 

 

효주 허만정 본가

 

효주 허만정 선생은 이처럼 삼성과 LG라는 대한민국의 양대 산맥과도 같은 두 그룹의 뿌리에 인적자원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창업 자본금 지원을 통해 이병철·구인회 회장의 든든한 물적 바탕이 되어줌으로써 대한민국 기업사의 자양분과도 같은 밑거름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거시경제구조가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전환되던 근대화의 시기, 그 출발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사명으로 여기며 주저 없이 실천했던 허만정 선생. 나아가 국민고등교육을 위한 학교 설립과 민족독립운동 자금 지원과도 같은 사회참여적인 시각과 철학 또한 분명히 견지했던 허만정 선생. 자신이 가진 것을 끊임없이 나누고 베풀면서도 한사코 자신의 이름과 공을 널리 알리기보다는 드러나지 않으려 애썼던 그의 어른 됨이 우리 사회에 길이길이 기억될 수 있도록 부디 깊이 있는 후속 연구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